지난 2007년 11월 러시아 연방정부가 채택한『2013년까지 극동/자바이칼 지역 경제-사회발전 연방프로그램』은 2012년 블라디보스톡 APEC 정상회담 개최와 더불어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옐친시대부터 지금까지 극동지역 개발 관련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체제전환기의 경제침체 및 혼란과 재원 부족으로 그 실행은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반면 이번 프로그램은 예산외기금이 아닌 연방정부예산을 통해 추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5,4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와 1,600억 달러가 넘는 안정화기금(준비기금+국부펀드)을 확보하고 있으며, 연간 700억 달러가 넘는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극동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할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극동지역 개발에 발벗고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극동지역은 1990년대 체제개혁 과정에서 발생한 경기침체와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피폐해졌고, 2000년대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는 철저히 소외되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지속적인 인구유출로 지역 총인구는 개혁 이전 보다 무려 20%나 급감한 874만 명으로 축소되었다. 더 큰 문제는 유출된 인구를 인접한 중국 이민자들이 대신하였고 이들이 상권을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지배하면서 극동지방에서의 황화현상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황화현상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극동지역 안보는 물론 러시아 국가 전체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지역개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극동지역 개발과 관련해 지리적 인접성과 긴밀한 경제교류를 유지하고 있는 부산지역이 적지 않은 투자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나 현실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 연방정부는 극동지역 개발에 총 223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교통, 에너지, 통신 및 주택 등의 인프라 건설과 블라디보스톡 APEC 개최 관련 인프라 구축과 같은 대규모 투자라는 사실이다. 이는 극동지역-부산간의 경제협력 패러다임이 지금과 같은 해양 수산물의 채취 및 가공, 선박수리, 경공업제품의 생산 및 교역 등과 같은 상품 및 서비스 교류 중심에서 대규모 자본을 요구하는 자원개발 및 인프라 건설 관련 투자 중심으로 급격하게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극동지역과 경제교류를 맺고 있는 부산지역 기업 대부분이 중소업체라는 한계점으로 인해 대형화되고 투자 중심의 경제관계 변화를 요구하는 러시아측 수요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극동에서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은 투자부문에서 적지 않은 틈새시장 형성을 수반하게 될 것이므로 부산으로서는 틈새투자 시장을 찾아야만 한다. 현재 극동지역 지방정부들은 인프라구축과 관련된 많은 소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계획, 추진하고 있다. 틈새시장은 중소기업의 영역이나 언어적, 인적자원의 부족, 정보접근의 제한 등으로 인해 쉽지 않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극동 지방정부 수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의 경우 부산시가 담당해 주어야 하며 이는 극동 지방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극동지역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경제협력 패러다임 변화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산시와 부산지역 업체 간의 민간시장 개척을 위한 긴밀한 협조 및 공조체제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 종문(부산외대 러시아-인도 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