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산지가 거의 1년 반이 다 되어가지만 러시아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러시아 사람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해보지도 못했다. 러시아에서 새해맞이는 가장 좋아하는 축일 중 하나이다. 그래서 러시아식으로 새해를 맞이해 보고 싶었다. 부산러시안학교에서 부산 거주 러시아인들과 함께 한 새해맞이 행사는 내 기대 이상이었다.


12월 26일 12시에 설레는 마음으로 부경대 극장에 들어섰다. 로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러시아인도 있고 외국인들도 보였다. 빨간색 의자들 주위를 각종 문양과, 리본, 반짝이로 장식한 예쁜 옷을 입은 아이들이 밝게 웃으면서 뛰어다녔다. 무대에는 푸근한 녹색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여있었다. 트리 한편에는 커다란 러시아 벽난로와, 다른 한편에는 황실 방을 재현한 세트가 보였다. 무대 뒤에서는 새해를 축하하는 러시아 가요가 흘러나왔다.


나는 무대가 잘 보이고 편안한 홀 중간의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행사가 시작되었다. 먼저 부산러시안학교 홍상태 교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이어 발레리 예르몰로브 주부산 러시아 총영사가 손님과 행사 참가자들을 축하하고 러시안학교에 도움을 준 공로자들을 시상한 뒤 감사의 말을 전했다.
시장식이 끝나자 러시안학교 학생들이 무대로 나왔다. 축하 행사의 첫 번째 순서로 학생들이 러시아 민담 “빠 슈치무 빌레니유(물고기의 소원)”를 현대식으로 바꿔 공연했다.


이야기가 해피 엔딩으로 끝난 후 새해축하 행사가 시작됐다.
축하 무대에는 러시아 이야기 속에 빼놓을 수 없는 악당인 바바 야가 마귀할멈과 새해맞이의 주인공인 산타클로스, 눈의 요정, 붉은 여우, 어릿광대 등이 어우러져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축하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러시아권에서 유명한 우크라이나 가수인 베르카 세르듀치카가 새해노래를 열창했고, 모든 참석자들은 열광하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부산러시안학교에서의 새해맞이 행사 마지막에는 다함께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트리 주위를 돌았으며, 학생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 나는 어른이라서 선물은 받지 못했지만 행사가 끝난 후에도 하루 종일 축제의 들뜬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아나스타시야 이바넨코(부산대 유학생·한러협력센터 인턴)